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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신문 <나를 흔든 한 문장>

[이재영이 찾아가는 나를 흔든 한 문장] 유용선 - 문인, 독서학교 대표

by 전문MC 이재영 2014. 5. 3.

[이재영이 찾아가는 나를 흔든 한 문장] 유용선 - 문인, 독서학교 대표
2014년 04월 02일 (수) 17:36:18 유용선 gimpo1234@naver.com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구상(1919~2004) ‘우음(偶吟) 제2장’에서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있다. 너는 네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 있다. 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묶여 있다.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도 맛본다.”

제1장에서는 이렇게 읊조리더니 제2장에선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일갈한 뒤에 곧바로 저 문장이 나온다. 갇혔고 매였고 묶였다 생각해서 가시방석만 같은 지금 앉은 이 자리가 바로 꽃자리란다.

우음(偶吟)은 문득 읊조린다는 뜻이다. 처음에는 존경하는 시인의 저런 읊조림을 반신반의하며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다. 그러나 불혹을 넘고 지천명을 바라보는 지금 비로소 이 문장의 새로움을 깨닫고 맛보고 있다.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구나. 굴레가 굴레인 줄 모르고 혼자 꽃자리라 자족하며 살라는 뜻이 아니구나. 쇠사슬에 매인 줄 모르고 동아줄에 묶인 줄 모르고 가시방석에 앉은 줄 모르면 그 모든 굴레에서 벗어날 수도 없다. 억지스러운 자족을 강요하는 뜬구름잡기가 아니라 냉정한 각성의 문장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