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7 어머니의 우물 / 詩 김유선(1950~ ) 어머니의 우물 김유선(1950~ ) 어머니는 가운데 물이 좋은 거라며 바가지 휘휘 저어 탐방, 한가운데 물만 뜨셨다 바가지 바닥 손바닥으로 한 번 더 닦고 탐방탐방 중심으로만 바가지를 넣어 좋은 물만 길었다 나도, 중심으로 가고 싶다 허리를 굽히면, 중심은 너무 멀고 내 팔은 너무 짧다 .. 2013. 4. 4. 다리 / 詩 신경림(1935~ ) 다리 신경림(1935~ ) 다리가 되는 꿈을 꾸는 날이 있다 스스로 다리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내 등을 타고 어깨를 밟고 강을 건너는 꿈을 꾸는 날이 있다 꿈속에서 나는 늘 서럽다 왜 스스로 강을 건너지 못하고 남만 건네주는 것일까 깨고 나면 나는 더 억울해지지만 이윽고 꿈에서나마 선선.. 2013. 4. 4. 의자 / 詩 이정록(1964~ ) 의자 이정록(1964~ )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 2013. 4. 4. 짧은 얘기 / 詩 이진명(1955~ ) 짧은 얘기 이진명(1955~ ) 자빠진 빗자루를 바로 세우니 마당이 쓸고 싶어졌습니다 마당을 쓸고 나니 물을 뿌리고 싶어졌습니다. 물을 뿌리고 나니 마루턱에 앉아 슬리퍼 바닥에 박힌 돌을 빼내도 좋았습니다 그렇게 제 곳이 아닌 곳에 자빠져 있는 마음을 일으키면 바로 세우면 그러나 마.. 2013. 4. 4. 봄밤 / 詩 김수영(1921~1968) 봄밤 김수영(1921~1968)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 오오 봄이여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너의 꿈이 .. 2013. 4. 4. 다섯 살 / 詩 서정주(1915~2000) 다섯 살 서정주(1915~2000) 소는 다섯 살이면 새끼도 많고, 까치는 다섯 살이면 손자도 많다. 옛날 옛적 사람들은 다섯 살이면 논어도 곧잘 배웠다 한다. 우리도 다섯 살이나 나이를 자셨으면 엄마는 애기나 보라고 하고 ㄱㄴ이라도 부즈런이 배워야지 그것도 못하면 증말 챙피다. <시평>.. 2013. 4. 4. 오십환 / 詩 심호택(1947~2010) 오십환 심호택(1947~2010) 머릿장 빼다지에서 훔친 불그죽죽한 오십환짜리는 제법 쓸모가 있었다 애들하고 콩사탕 박하사탕을 물고 마을로 들어오는데 논바닥에 해오라기마냥 엎드린 어머니와 형이 보였다 논두렁에서 암만 기다려도 알은체하지 않고 귀먹은 중마냥 하던 일만 하고 있었다.. 2013. 4. 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