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추천시

나무 물고기 / 詩 차창룡 (1966~)

by 전문MC 이재영 2007. 3. 8.


나무 물고기

차창룡


물고기는 죽은 후 나무의 몸을 입어
영원히 물고기 되고
나무는 죽은 후 물고기의 몸을 입어
여의주 입에 물고
창자를 꺼내고 허공을 넣으니
물고기는 하늘을 날고
입에 문 여의주 때문에 나무는
날마다 두들겨 맞는다
여의주 뱉으라는 스님의 몽둥이는 꼭
새벽 위통처럼 찾아와 세상을 파괴한다
파괴된 세상은 언제나처럼 멀쩡하다
오늘도 이빨 하나가 부러지고 비늘 하나가
떨어져나갔지만

- 시집 ‘나무 물고기’(문학과 지성사) 중에서





1966년 전남 곡성 출생
1989년 『문학과 사회』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
1994년 제13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작품명 :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
시집으로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 『미리 이별을 노래하다』 등이 있음.
---------------------------------------------


[감상]
대부분의 불교 사찰에는 범종각(梵鐘閣)이 있고,
이 곳에 범종(梵鐘), 법고(法鼓), 운판(雲版)과 함께 보관되어
있는 것이 나무 물고기, 즉 목어(木魚)이다.  
아침과 저녁의 예불에서 이를 치며 의식을 행하는 도구인데
수중 고혼에 대한 위로와 해탈, 이고득락(移苦得樂)을 위하여
친다고 한다.  형상은 나무에 물고기를 조각하고, 커다란
여의주를 입안에 물려놓은 모습인데 물고기는 항상 눈을 뜨고
있기 때문에 수행자의 잠을 쫒고 혼미함을 경책하기 위하여
물고기 모양을 본따 목어를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깊고 깊은 산사에서 푸른 하늘을
베고 누운 나무 물고기 한 마리,
창자를 꺼내고 허공을 넣었으니 얼마나 큰 외로움이었으랴
입에 문 여의주 때문에 아침, 저녁으로 두들겨 맞으면서도
차마 놓지도 버리지도 못하는 저 번뇌망상은 또 무엇이란 말이냐
멀고도 먼, 저 보리(菩提-깨달음)의 길에  
목어 우는 소리,
심장 두근거리는 저 소리.... [양현근]

'추천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 / 詩 김상미 (1957~)  (0) 2007.03.13
스미다 / 詩 이병률 (1967~)  (0) 2007.03.10
흙 속의 풍경 / 詩 나희덕 (1966~)  (0) 2007.03.06
강 / 詩 조두섭  (0) 2007.03.05
황홀한 거짓말 / 유안진  (0) 2007.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