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김상미 그는 남쪽에 있다 남쪽 창을 열어놓고 있으면 그가 보인다 햇빛으로 꽉 찬 그가 보인다 나는 젖혀진다 남쪽으로 남쪽으로 젖혀진 내 목에서 붉은 꽃들이 피어난다 붉은 꽃들은 피어나면서 사방으로 퍼진다 그의 힘이다 그는 남쪽에 있다 그에게로 가는 수많은 작은 길들이 내 몸으로 들어온다 몸에 난 길을 닦는 건 사랑이다 붉은 꽃들이 그 길을 덮는다 새와 바람과 짐승들이 그 위를 지나다닌다 시작과 끝은 어디에도 없다 그는 남쪽에 있다 1957년 부산 출생 1990년 <작가세계> 여름호로 데뷔 시집으로 <모자는 인간을 만든다>, <검은, 소나기떼>, <잡히지 않는 나비>,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한 당신> 산문집으로 1998년 청소년 권장도서: <아버지, 당신도 어머니가 그립습니까> 2003년 <오렌지>외 4편으로 <박인환 문학상> 수상 ------------------------------------------------- [감상] 사랑은 본질적으로 하나이다. 식물이 태양을 향하듯 한 사람을 향한 向日性이야말로 진실한 사랑의 특성이자, 변함없는 진리이다. 그가 있는 곳을 향하여 몸과 마음이 젖혀지고 한껏 기운 내 목에서, 몸에서, 심장에서 꽃들이 무더기로 피어난다. 그 꽃들의 향기는 온 세상으로, 우주로 퍼져나간다. 위대한 사랑의 힘이다. 내 몸에 들어찬 사랑의 길들이 나를 끌고 산이며, 들이며, 환희의 바다로 이끈다. 그 길을 올바로 닦고 깨끗하게 가꾸는 것이야말로 또한 사랑을 유지시키는 힘이다. 시작도 끝도 없는 영원한 길, 내가 너를 사랑하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왜, 내가 꽃이 되어 오래도록 너를 바라보지 않겠는가. [양현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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