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추천시

사랑 / 詩 김상미 (1957~)

by 전문MC 이재영 2007. 3. 13.

 



사랑


                               김상미


그는 남쪽에 있다
남쪽 창을 열어놓고 있으면
그가 보인다
햇빛으로 꽉 찬 그가 보인다
나는 젖혀진다
남쪽으로 남쪽으로 젖혀진 내 목에서
붉은 꽃들이 피어난다
붉은 꽃들은 피어나면서 사방으로 퍼진다
그의 힘이다
그는 남쪽에 있다
그에게로 가는 수많은 작은 길들이
내 몸으로 들어온다
몸에 난 길을 닦는 건 사랑이다
붉은 꽃들이 그 길을 덮는다
새와 바람과 짐승들이 그 위를 지나다닌다
시작과 끝은 어디에도 없다
그는 남쪽에 있다





1957년 부산 출생  
1990년 <작가세계> 여름호로 데뷔  
시집으로 <모자는 인간을 만든다>, <검은, 소나기떼>,
<잡히지 않는 나비>,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한 당신>  
산문집으로 1998년 청소년 권장도서: <아버지, 당신도 어머니가 그립습니까>  
2003년 <오렌지>외 4편으로 <박인환 문학상> 수상  

-------------------------------------------------

[감상]
사랑은 본질적으로 하나이다.
식물이 태양을 향하듯 한 사람을 향한
向日性이야말로 진실한 사랑의 특성이자, 변함없는 진리이다.
그가 있는 곳을 향하여 몸과 마음이 젖혀지고
한껏 기운 내 목에서, 몸에서, 심장에서
꽃들이 무더기로 피어난다.
그 꽃들의 향기는 온 세상으로, 우주로 퍼져나간다.
위대한 사랑의 힘이다.
내 몸에 들어찬 사랑의 길들이 나를
끌고 산이며, 들이며, 환희의 바다로 이끈다.
그 길을 올바로 닦고 깨끗하게 가꾸는 것이야말로
또한 사랑을 유지시키는 힘이다.
시작도 끝도 없는 영원한 길,
내가 너를 사랑하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왜, 내가 꽃이 되어 오래도록 너를 바라보지 않겠는가. [양현근]


'추천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구나무 아래 / 詩 강인한 (1944~)  (0) 2007.03.17
톡톡 / 詩 류인서  (0) 2007.03.14
스미다 / 詩 이병률 (1967~)  (0) 2007.03.10
나무 물고기 / 詩 차창룡 (1966~)  (0) 2007.03.08
흙 속의 풍경 / 詩 나희덕 (1966~)  (0) 2007.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