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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외일 거라 믿는 그 또는 그녀 / 글 유용선

by 전문MC 이재영 2007. 8. 21.
'나'는 예외일 거라 믿는 그 또는 그녀

 


                                         유용선


  그 또는 그녀는 자신의 부모를 훌륭한 인격자라 믿고 싶다.

비록 자기 부모가 지극히 평범하고 사회적 위치가 하잘것없는 분들일지라도,

이는 그분들의 인격이 이 유치한 세상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그 또는 그녀는 믿고 싶다.

 

  그 또는 그녀는 자기의 첫사랑을 비롯해 자신과 이별한 옛사랑들을 모두 미화 시키고 싶다.

왜냐하면 자신을 사랑에 관한 한 무척 운이 좋은 사람이라 믿고 싶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또는 그녀는 그러한 믿음 때문에 현재 쓰레기 같은 인물과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또는 그녀는 월급도 적고 경영자의 인격 또한 별볼일 없는 곳에 일하면서도

자기 일이 사회적으로 큰 가치가 있고 경영자를 보완하는 일은 숭고한 것이라 믿고 싶다.

그러나 세상에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회사가 대부분이며,

침팬지가 100년만에 사람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다.

 

  그 또는 그녀는 자신이 믿는 종교의 교리가 사실이 아니라고 판명되더라도

그것조차 자신이 믿는 종교의 위대함 때문이라 믿고 싶다.

더우기 그 또는 그녀는 자기 종교가 절대자의 완벽한 섭리 아래 놓여있다고 믿고 싶다.

 

  그 또는 그녀는 자기 자녀들이 고귀한 영혼을 타고났다고 믿고 싶다.

그래서 회초리 없이 몇 마디 말로 충분히 훌륭하게 키워낼 수 있다고 믿고 싶다. 

설령 자기 자녀들이 훗날 부조화스럽고 심지어 반사회적인 인물이 될지라도

이는 그들의 영혼이 이 사악한 세상에 희생당한 것이라고 그 또는 그녀는 믿고 싶다. 


 그 또는 그녀뿐만 아니라

 나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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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페스팅거의 '인지부조화 이론'을 함축해 본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