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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시

눈물의 방 / 詩 김정란 (1953~)

by 전문MC 이재영 2007. 8. 10.



눈물의 방


                          詩 김정란




눈물 속으로 들어가 봐
거기 방이 있어

작고 작은 방

그 방에서 사는 일은
조금 춥고
조금 쓸쓸하고
그리고 많이 아파

하지만 그곳에서
오래 살다 보면
방바닥에
벽에
천장에
숨겨져 있는
나지막한 속삭임소리가 들려

아프니? 많이 아프니?
나도 아파 하지만
상처가 얼굴인 걸 모르겠니?
우리가 서로서로 비추어보는 얼굴
네가 나의 천사가
내가 너의 천사가 되게 하는 얼굴

조금 더 오래 살다보면
그 방이 무수히 겹쳐져 있다는 걸 알게 돼
늘 너의 아픔을 향해
지성으로 흔들리며
생겨나고 생겨나고 또 생겨나는 방

눈물 속으로 들어가 봐
거기 방이 있어

크고 큰 방





1953년 서울 출생
한국외국어대 불어과 졸업
프랑스 그르노블 III 대학원 졸업(문학박사. 전공: 프랑스 현대시)
현재 원주 상지대 인문사회대 부교수
시인, 문학평론가, 번역가
시집으로 『다시 시작하는 나비』,
『그 여자, 입구에서 가만히 뒤돌아 보네』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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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그 방에 들어가 보았니?
작지만 아담한 방, 슬프도록 고요한 방
뜨겁도록 가슴 시린 방
한 때는 사랑이라는 걸 해본 적이 있었지
그 뜨거운 방에 갇혀
밤새도록 눈물 펑펑 쏟아 붓던 시절이 있었지
춥고 쓸쓸한 방,
다시 오지 않을 그 작고 외로운 방
산다는 게 별 거 아니라는 거야
서로의 얼굴을 비추어 보며
서로의 상처와 슬픔을 보듬어 안고 살아간다는 거지


[양현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