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만나든 ‘많이 바쁘시지요’로 시작하는 게 우리들의 인사법이 된 지 오래입니다. 햇볕 한 줌 제대로 들지 않는 사무실에서 밤 늦도록 시달리다가 전철이며 버스에 지친 몸을 기대며 돌아오는 날이면, 늦은 골목길을 지키고 서 있는 희미한 가로등이 왜 그렇게 서글프게 느껴지는 건지요. 이 모든 것이 사는 일이라고, 인간답게 살기 위한 거라고 자위하며 더욱 더 ‘헤어지기 위한 악수‘를 많이 하고, ‘낯선 거리를 지치도록 헤매보지만‘ 그럴수록 우리들 몸에서는 사람냄새가 아닌 외롭고 쓸쓸한 냄새가 배어나곤 했지요. 바쁘다는 핑계로 오늘 못 다한 말은, 오늘 쓰지 못한 편지는 그리고 오늘 못다한 일은 어쩌면 내일도 하지 못할 겁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바쁠지도 모르기 때문이지요. 일상에 쫒겨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소중한 말, 꼭 챙겨야 할 소중한 가치를 무심코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 쯤 뒤돌아 볼 일입니다. [양현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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