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추천시

經典을 독해하다 / 詩 차주일

by 전문MC 이재영 2007. 6. 15.


經典을 독해하다

차주일

포란 중인 꽃은 걷고 있다
바람 따위에 흔들리는 것이 아니다
진통을 인내한 궤적만큼 걸어나간 꽃잎
후광(後光)을 피우며 꽃이 된다
아기를 밴 여자가 걸어간다
그로 인해 꽃은 얼마나 어두운가
묵지(墨池)를 들어 올린 붓처럼
추호 흐트러짐 없이 일보일획(一步一劃)할 때
태아의 맥박이 연적(硯적) 비워내듯 독경한다
아기 밴 여자의 여적(旅蹟)이 경전(經典)이다




전남 무주 출생
2003년 < 현대문학>으로 등단


=====================================
[감상]
“경전”이란 말 그대로 모든 이치의 근본이나
성스러운 진리를 기록한 문서라 할 수 있겠지요


시인은 사람을 “경전”으로 읽고 있습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생명을 ‘포란중인 여자’가
바로 경전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태아의 맥박’이 그 세상의 ‘경전을
독경’하는 것이지요.
무릇 고통없이 태어나는 생명은 없는 법입니다.


꽃은 ‘진통을 인내한 궤적’만큼 피어나서 화려함이
되고 생명이 됩니다.
저기 ‘아기 밴 여자’가 걸어갑니다.

‘태아의 맥박’이 그 경전을 독해하고 있습니다.


‘일보일획(一步一劃)’,
참으로, 경건한 아름다움입니다.

[양현근]


'추천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퉁이 / 詩 안도현 (1961~)  (0) 2007.07.03
우울한 샹송 / 詩 이수익 (1942~)  (0) 2007.06.30
귀가 / 詩 도종환 (1954~)  (0) 2007.06.12
정오 / 詩 조말선  (0) 2007.05.19
별이 되었으면 해 / 詩 강문숙  (0) 2007.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