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수
풀잎 김 현 숙 / 낭송 이재영
내가 갇혀야 할 감옥이 있어요
매번 그곳에 갇혀 채찍을 맞는 밤 시간이면
등줄기가 흥건하고 혀마저 굳어버려요
아모레 아모레
아모레 띠아모를 주문처럼 외우라고 강요하면서
불꽃으로 나를 달구기도 하고
서리꽃으로 금새 얼게도 하지요
발목에는 쇠사슬이 걸린 채
딱딱하고 뾰족한 글자들이 깔려 있는 복도를
밤새 걸어야 해요
감옥 안에서의 고문이 멈출 시간이면
아침 햇살은 철장 사이로
피흘린 발자국만 비춰주지요
하지만
시지프스의 죄업처럼 끝없는 무기수로
매일 밤마다 그곳에 가야 해요
그 감옥의 정문에는요
창조의 지옥이라고 쓰여있어요
누구, 나를 알고 있는 사람
내 가슴창을 열고 와인 좀 부어주실래요
피가 부족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