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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낭송시

날지 못하는 새의 비극적 보고서 / 詩 임대성

by 전문MC 이재영 2007. 2. 28.
    날지 못하는 새의 비극적 보고서 詩 임대성 / 낭송 이재영 부채 상환고지서가 서표로 꽂힌 육성일지의 마지막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여느 때와 같이 날이 밝았으나 여느 때와 다른 아침이었다 홰를 치는 소리도 목 놓아 우는 소리도 계사쪽에서 들려오지 않았다 천천히 계사의 문을 열자 부리를 벌리고 혀를 낸 채 수상한 소리를 내며 뻣뻣이 누워버린 수많은 닭들 검은 계분이 가득한 바닥에 주저앉아 한참을 울었다 벼슬을 세우고 홰를 치던 나의 꿈은 죄송혀유 엄니... 검역반이 잠겨있던 종란(種卵)창고의 문을 열자 구더기가 슬어버린 수많은 알을 품은 날지 못하는 새 한 마리가 웅크린 채 식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