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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송시

그남자 그여자 (첫번째 이야기) / 낭송 예담 & 송화

by 전문MC 이재영 2005. 11. 16.
    @@@그남자 그여자@@@ MBC FM "이소라의 음악도시"의 아름다운 101가지 사랑이야기 그남자 그여자 중에서 (이미나 지음): 누군가 기다림을 끝내면 누군가는 기다림을 시작한다. <그 남자> (낭송:예담) 그녀는 아마 오지 않을 겁니다. 처음부터 오지 않을 거라고 말했으니까요. 나는 이 곳에서 두 시간째 앉아 있지만 꼭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다만 시간이 남아서 이 곳에 계속 앉아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올 수도 있습니다. 어쪄면 지금 이 곳으로 오고 있을 겁니다. 그녀는 귀찮아서 혹은 더 이상 나한테 할 말이 없어서 나오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생각해 보니 내가 기다릴 것 같아서 혹은 갑자기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그녀는 삼십 분 전 급히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섰을지도 모릅니다. 택시를 탔다면 지금쯤 그녀는 이 건물 반대편에 도착했겠죠. 횡단보도 앞에 서서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이 분 후에 그녀는 이 곳에 도착할 겁니다. 아니 생각에 잠겨 신호등이 파란 불로 바뀐 줄도 모르고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삼 분이라는 시간이 더 걸릴 겁니다. 그러니 그녀는 오 분 후에는 이 곳에 도착할 겁니다. 꼭, 도착할 겁니다. <그 여자> (낭송:송화) 가지 않았어요. 가지 않겠다고 말했으니까요. 사실은....가려고 했어요. 약속 시간을 이십 분 남겨 놓고 집을 나셨죠. 지금까진 한 번도 그래 본 적 없지만 오늘은 마지막이니까 어쪄면 기다릴 것도 같아서.... 택시를 탔죠. 그 사람이 기다리고 있는 장소를 말하고는 택시에 몸을 묻었어요. 그런데 예상과 달리 길이 하나도 막히지 않았어요. 그래도 갔다면 오히려약속 시간보다 먼저 도착했을 거예요. 그리고 그랬다면 내가 그 사람을 기다리게 됐겠죠. 언제나 처럼.... 그래서 택시를 돌렸어요. 기다리는 거 더 이상은 하고 싶지 않으니까.... 나는 지난 시간 동안 그 사람을 시작부터 끝까지, 오 분에서 이 년 이 개월까지 끝도 없이 기다렸어요. 하지만 기다림에 지친 내 말을 그 사람은 늘 이해심 없는 투정쯤으로 받아들였죠. 두 시간이 지났네요. 이미 그 사람은 일어났겠죠. 만약.. 만약 십 분이라도, 이십 분이라도 날 기다렸다면 그 사람도 이해했을까요? 기다림의 일 분 일 초는 영원일 수도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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