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제작 눈_물님
마지막 편지 / 詩 안희선
언제부터인가
미소를 잃어가는, 내 안의 낯선 사람
그건 아마도,
나란 존재의 그 막막한 지루함 때문이리니
나로 하여금 시를 쓰게했던 맨 처음의 순박한 빛은
각박한 삶이 쳐놓은 덫에 걸려 절망의 회전만을 거듭하고,
어두운 구름 아래 껍질을 벗긴 상처 같은 쓰라린 들판만이
끝내 도달할 수 없을 것 같은 지평선으로 마주친다
삶 속에 모든 이해(利害)가 고안한 생활의 알맞은 격식(格式)들은
정직한 사랑을 상실하기에 그 얼마나 효과적이었던가
또한, 삶은 어찌도 그리 황량한 사막의 모습을 닮아가는건지
폭풍에 쏠리는 모래톱과 파헤쳐진 사태(沙汰)에 둘리워,
쓰레기처럼 쌓여진 욕망의 잔해만이 풍성한 시간의 무덤
그 약아빠진 지성이나 우쭐대는 자만심 그리고 기름진
화폐 따위가 그리도 나의 삶에 소중했던 것이었을까
아마도 그랬을테지
멈춤의 말뚝도, 돌아보기 위한 울타리도 없는,
그저 끝없는 편안함으로의 욕망
그건 빈곤한 영혼의 내 삶을 더욱 슬프게 하고
차라리, 안식 없는 무심(無心)한 바람에 나를 속속들이 풍화시켜
허식(虛飾)의 이끼 가득한 거짓된 내 시간들이
혼돈한 사지(四肢)로 부터 아쉬움없이 떨어져 나갔으면
그리하여 부식(腐蝕)된 신경의 오랜 잠에서 깨어,
모든 막연함이 확실함으로 바꾸어졌으면
더 이상,
죽은 나라의 사어(死語)만을 읖조리는
낡은 태엽의 자동인형이 되지 않기를 진정코 소망하지만
그러나, 그러한 소망을 이루기 위해
나에게 남아있는 시간은 너무 짧기만 하고
다만, 그리운 사람을 한번 만나보지도 못한 채
이렇게 떠나가야 하는 아픈 시간
하지만,
그대는 언제 어디서나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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