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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낭송시

꼽추 / 詩 김기택 / 낭송 이재영

by 전문MC 이재영 2007. 11. 14.
      꼽추 詩 김기택 / 낭송 이재영 지하도 그 낮게 구부러진 어둠에 눌려 그 노인은 언제나 보이지 않았다. 출근길 매일 그 자리 그 사람이지만 만나는 건 늘 빈 손바닥 하나 동전 몇 개뿐이었다. 가끔 등뼈 아래 숨어 사는 작은 얼굴 하나 시멘트를 응고 시키는 힘이 누르고 있는 흰 얼굴 하나 그것마저도 아예 안 보이는 날이 많았다. 하루는 무덥고 시끄러운 정오의 길바닥에서 그 노인이 조용히 잠든 것을 보았다. 등에 커다란 알을 하나 품고 그 알 속으로 들어가 태아처럼 웅크리고 자고 있었다. 곧 껍질을 깨고 무엇이 나올 것 같아 철근같은 등뼈가 부서지도록 기지개를 하면서 그것이 곧 일어날 것 같아 그 알이 유난히 크고 위태로워 보였다. 거대한 도시의 소음보다 더 우렁찬 숨소리 나직하게 들려오고 웅크려 알을 품고 있는 어둠 위로 종일 빛이 내리고 있었다. 다음 날부터 노인은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