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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낭송시

한 그루 고목(古木)에게 물었네 / 詩 유용선 / 낭송 이재영

by 전문MC 이재영 2007. 10. 23.
      한 그루 고목(古木)에게 물었네 詩 유용선 / 낭송 이재영 새파랗게 젊은 시인이 한 그루 고목에게 물었네 "어느 날 갑자기 더 이상 시를 쓸 수 없는 그런 마음이 되어 버릴지도 몰라요, 삶이란 그렇듯 예견할 수 없는 것. 나는 두려워요. 진실의 자리에 허구가 들어앉는 날, 만약에 그런 날이 내게 닥친다면? 빛바랜 꿈으로 허튼 노래나 부르는 내가 되고 싶진 않아요." 숱한 계절을 겪은 고목이 대답했네 "맨 처음 바람에 내 모든 잎사귀를 빼앗기던 그 날에 나는 두려워 떨며 울었소, 운명이란 그렇듯 가혹한 것. 나는 절망하며 탄식했어요. 앙상한 가지에 새들도 보이지 않던 그 나날에 다른 무슨 생각이 들었겠어요? 다만 눈물로 닥쳐올 죽음을 기다리는 수밖에요……." 말을 잊은 채 듣고 있는 시인에게 고목은 살며시 웃음 지으며 이야기했네 "견디고 기다리는 나날의 끝에 다시금 태양은 가까이 다가오고 움츠렸던 온 몸 곳곳에 물기 솟아 연두빛깔 잎사귀 마침내 부활하던 그 날, 비로소 나는 깨달았지요, 내 삶의 아름다움을." 여전히 말없이 듣고 있는 시인에게 고목은 너그러이 웃음 지으며 이야기했네 "다만 한 평생 시를 쓰고자 할 때 진실의 자리에 허구를 앉히지 않으며 다만 견디며 기다리는 사람이라야 시련의 나날에 마음 잃지 않으리니, 젊은이여, 그대에게 줄 말은 이 뿐. 귀담아 듣고 안 듣고는 그대의 몫." **유용선 시인 20대시절 발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