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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낭송시

사랑 종지 하나, 준비하세요.. / 詩 임채석 / 낭송 이재영

by 전문MC 이재영 2007. 6. 14.
    사랑 종지하나,  준비하세요. 
                    詩 임채석 / 낭송 이재영
    회전문 돌아나온 인연,
    산방의 추녀 끝에 매달린 풍경처럼 울면서
    바람 같은 당신을 찾아 헤매다 그대를 보는 순간, 
    사랑에 빠졌어요.
    그것을 지키는 데 몇십 년이 걸려도 괜찮아요.
    오늘은,
    손등까지 가려진 빛바랜 옷, 훌훌 벗어버리고 
    더는 수줍음 없는 벗은 몸 되어 
    사랑 한 조각 입에 물고 당신에게 다가갈게요.
    부끄러워 도망가지 마세요.
    화난 사감 선생 말투로 
    오늘은, --하면 안 돼, 라는
    거추장스러운 단어는 벗어 버리고
    은배의 공간을 디디고 화르르 타올랐다가
    어느 순간 훅 꺼지는
    안개 속 불씨 같은 뜨거운 당신은
    초록빛 거울 속에 반사된 황홀한 나의 몸을 바라보세요.
    당신의 이글거리는 눈빛으로부터
    벗어나게 해달라고 하지 않을게요.
    다만,
    내가 탐욕의 골짜기에 빠질지라도
    사랑하게 해달라고 기도해주세요.
    오늘은 당신을 유혹할래요.
    미소 풀린 얼굴에 물결치는 머릿결,
    음영이 드러난 조각 같은 몸매는 아닐지라도
    추운 회색빛 도시를  지나오면서 
    잘 다듬은 나의 모습을 보여 드릴게요.
    이제 즐길 준비가 되어있나요.
    당신도 하나, 둘. 옷을 열어
    한껏 부풀어 오른 야수의 감성으로 천천히 탐닉하세요.
    그러면, 바람이 숲을 스치고 지나가듯
    부드럽게 안아 드릴게요.
    화난 바람에 올라가는 벚꽃을 나비라 부를래요.
    봄바람에는 미묘한 자력이 있어
    군무를 이룬 나비는 황홀경에 젖은 
    나의 속 뜰을 향기롭게 받쳐 주고 있어요.
    이제야 알았어요.
    육체의 향연은 단순히 살아가는 것 그 이상임을.
    지금의 모습은 목적지에 다다른 것이 아닌 
    긴 여정 중간쯤에 있음을, 
    당신을 만나서 사랑을 하며 이제야 알았어요.
    사랑 종지하나,  준비하세요.
    열어 보인 가슴의 부피만큼 슬픔 지우기 하면서 
    유년시절 가시덤불 속에 던져놓은 행복 찾는 사이,
    세상은 우리를  봄의 향연이라고 이야기할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