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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송시

늙은 염장이에게 들은 말 / 詩 이승하 / 낭송 베아트리체

by 전문MC 이재영 2007. 2. 23.
      늙은 염장이에게 들은 말 詩 이 승 하 낭송 베아트리체 누구나 꼭 한 번 죽는데 목숨대로 살다 편안하게 죽는기 그기 그리 쉬운기 아이다 내 한평생 염하다 보이 사고로 동강난 송장 염하기 얼어 죽어 굳은 송장 염하기 만삭이 다 된 부인 염하기 안 해 본기 없다마 남녀노소 남남북녀 고관 대작 장삼이사 안 만져 본 송장이 없다마 관 하나에 두 살마 넣어서는 안 되는 법이라 나 원 참, 요새는 빙운서 얼라 꺼내지만 만삭으로 죽은 부인의 하문에 손 쑤욱 집어 넣어 억지로 꺼내모 핏덩이는 싸늘히 식어 있었지러 쌍디도 죽은 몸에서 끄집어 내봤지러 그 얼라의 혼도 있을라나? 있으모 저승으로 갔을라나? 내가 뜬 눈 쓸어 감게 주고 내가 턱 로여 입다물게 하고 내가 칠성판에 눕힌 송장의 수가 맻인지 알 수가 있나 참..더럽게 산 자나 참 깨끗하게 죽은 자나 송장은 그기 다 소중한 기라 향나무 담근 따신 물로 머리부터 감기고 얼굴을 씻기고 수건에 향물 축여 몸도 씻겼지러 버드나무 숟가락으로 쌀을 퍼 세 번 입에 넣는데,넣을 때마다 천 석이오! 오천 석이오! 만 석이오! 참 많이도 외쳐댔지러 수의를 다 입히고 나면 염포를 일곱 조각으로 잘라 송장을 묶지러 여자는 아래부터 먼저 매야 하는데 그래야 항문과 하문에서 추깃물이 흘러 나오지 않거든 제기랄 그래 봤자 썩을 걸 누가 모르나 누가 모르긴, 아무도 모르지 죽을걸 알모 이렇게들 살어? 귀신 될 걸 알고도 이렇게들 살어? *염장이:죽은 이의 몸을 씻은 다음 수의를 입히고 염포로 묶는 일을 하는사람 *추깃물:송장이 썩어서 흐르는 물,시수(屍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