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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아름다운글

맹인 안내견의 이별

by 전문MC 이재영 2006. 8. 3.

 

 

 

 

얼마전에 텔레비젼에서 봤는데

홋카이도에 맹인 안내견 양로원이라는게 있대.

 

거기는 나이가 너무 들어서 맹인 안내견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개가 여생을 보내는 장소래. 

10년이나 같이 생활한 어떤 할머니와

개가 헤어지는 장면을 보여주는거야.

 

할머니하고 개는 한 시간쯤 껴안은 채 움직이지 않았어.

간신히 담당 직원이 떼어 놓아 작별을 했는데,

할머니가 차 창문으로 몸을 내밀어,

 

"잘있어, 안녕...." 하고 개의 이름을 외치는데,

개는 꼼짝 않고 앉아 멀어지는 차를 쳐다만 보는 거야.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맹인 안내견은 그렇게 하도록 훈련을 받았으니까.

마음의 동요를 겉으로는 표현해서는 절대로 안되고, 짖어서도 안되니까.

 

차가 양로원 문을 나서서 저 멀리로 사라져 가는데도

개는 헤어진 장소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고

할머니가 사라진 쪽만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거야.

몇시간 동안이나...

 

10년동안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던 사람이 없어진 거잖아.

충격이 너무 커서 움직이지도 못했을거야.

 

할머니하고 한낮에 헤어졌는데,

해가 기울면서 세찬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

꼼짝 않고 앞만 바라보고 있던 개가 갑자기 고개를 들고

웡... 하고 짖기 시작하는거야.

웡~ 웡~....

하고 몇번이고 말이야.

 

그런데도 그 모습이

조금도 비참하거나 볼품없어 보이지 않는거야.

등과 가슴에서 턱으로 이어지는 선을 꼿꼿하게 편 모습이

마치 완벽한 조각상 같았어.

 

그 울음소리는...

 내가 지금까지 들었던 어떤 음악보다도 아름다웠어.

 

나, 좋아하는 사람을 끝까지 사랑하다가....

만약 그 사람을 잃게 된다면

그 개처럼 울 수 있는 그런 인간이 되고 싶어.

 

 

----  가네시로 카즈키의 < Go >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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