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례
1955년 정읍 출생. 1986년『시와 의식』으로 등단.『허난설헌문학상』(1994년)수상. 시집『실험실의 미인』, 일본어 시집『감색치마폭의 하늘은』『빛의 드라마』등. 번역서『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1리터의 눈물』『또 하나의 로마인이야기』『달에 울다』등 다수. 현대일본시인의 시집『7개의 밤의 메모』등 5권을 한국어로 번역 출간. 안도현, 최영미, 고형렬, 정호승, 박주택 시집을 일본어로 번역 출간. 기획번역서 ‘한일전후세대100인시선집’『푸른 그리움』(1995년)과『새로운 바람』(2001년)을 번역하여, 양국 동시 출간. 현재, 한일 사이에서 활발하게 시를 번역 소개하고 있다.
현재 세종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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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사상-2009, 10월호 [이달의 문제작 - 시 월평] 어둠 혹은 역설의 로망- 시론(詩論 일장 일절(一章一節) -차창룡, 한성례, 박철, 문혜진, 임윤 조영복(광운대 교수. 문학평론가) '로망'이 대세다. 작금의 거의 모든 로망은, 성형으로 다듬어진 육체를 가진 배우와, 단 한 번에 미래의 요람을 움켜쥔 로또 당첨자와, 미래의 투자 예측 지점을 정확하게 알아맞힌 투자전문가와 안티 에이징(Anti-aging) 바람을 타고 최고의 동안으로 떠오른 동안 선발대회의 우승자 등에 정향되어 있는 것 같다. 가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보여 주는 '백만장자와 결혼하기'류의 게임에서 성공한 신데렐라는 마치 절대군주 시대의 여제가 되어 우리의 판타지를 자극한다. 그런데 시인들은 그 반대 방향에서 로망을 찾는다. 그들은 죽은 나무에게서 나비를 보고, 늙어 가는 자신의 육체로부터 생명의 나무를 발견한다. 시인들은 낡고 오래되고 헤져 너풀거리는 이 늙은 인간에게서 로망을 본다. 몸의 모든 물기 있는 흔적들을 다 떨쳐 내고 스스로 돌이 돼 버린 이 마지막 육신의 흔적인 '해골'에서 피리를 발견한다. '죽거나, 마르거나, 썩거나, 뒤틀린' 것의 뼈이며 죽음과 어둠을 생명과 사랑의 노래로 재생하는 살의 원형적 이미지다. '해골피리'는 이 전도된 작렬감으로 우리들 로망의 꼭지점을 타격한다. ----------------- 중략 ------------------- 한성례는 거두절미하고 바로 "꿈을 꾸었네"로 시작하고 있다. <흰 살구꽃처럼 늙어 죽는 꿈>(《시와 시학》여름호)은 몽상의 기억을 풀어 놓은 것인데, 달빛과 꽃빛과 자신의 몸이 하나가 되어 난마처럼 뒤엉키는 봄밤의 황홀경을 화려하게 펼쳐 두었다. 달빛의 흰 가루가 촉감적이면서도 후각적인 것으로 치환된다든가, 달빛이 목숨을 핥아 먹는 죽음의 향기로 치환되는 것도 흥미롭다. 감각의 공명과 이미지의 혼성이 시의 역동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달빛 아래 늙어 죽는" 꿈은 일종의 사치거나 호사다. 이 화려한 허영심이 죽음의 비장한 언어들을 다 무장시키고 있는 데서는 일종의 쾌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흰 살구꽃이나 흰 머리칼이나 흰 달빛 가루나 하얀 삶의 이력이나, 삶의 끝에서 보면 이것들은 모두 흰 백지처럼 모든 것을 무화시키고 이화시키는 것들이다. 이들을 같이 춤추게 하는 것은 묘하게도 자기를 벗어나는 것 즉 이화함으로써 동화하는 것이다. 이것은 살구나무를 춤추게 하고 달빛을 따라 시인을 춤추게 하는 것이다. 나무가 나무가 아니고 내가 나가 아니고, 나무가 나이기도 하고 나가 나무가 되기도 하는 것. 삶과 인연의 집착을 풀어 헤치고 '이화'의 난무(亂舞)에 몸을 던진다면 내가 살구나무면 어떻고 흰 살구꽃이 또 흰 머리칼이면 어떤가. 흰 달빛의 너울거림과 그 빛을 받아 흰 가지를 펄럭이는 살구나무와 그 풍경 속에서 흰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그것들과 하나가 되고 있는 인간은, 다 같이 겸허함으로 그 성스러움을 뿜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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