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 타임 ... 유용선
달력 빨간 글씨 위에
파리 한 마리 앉아 있다
오늘을 가리키는 숫자 위에
요염하게 내려앉았다
오늘은 쉬는 날
쉬면서 시간을 죽이는 날
시계 소리가 귓속을 파고든다
쉬는 날 쉬지도 않고
시계는 시간을 매만지느라 쉴 새 없다
내가 죽인 시간을 염하나 보다
시간을 죽이는 건
이 방안에 오직 나 하나뿐
먼저 앉은 파리 위에
또 한 마리 파리가 앉아 있다
짧고 굵은 바늘 위에
가늘고 긴 바늘이 얹혀 있다
이제 곧 구더기가 태어나
시간이 죽인 나를 파먹을 것이다
출처 : 독서학교 뒤뜰
글쓴이 : 독서학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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