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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낭송시

누나야... / 글 염괴 / 낭송 이재영

by 전문MC 이재영 2006. 12. 12.

누나야 
               시 염괴 / 낭송 이재영
누나야
엄니가 바늘장수에게 꽃신을 부탁했던 때가 꼭 이맘때였었는데
흑청화 목깃 두 번쯤 움추렸을 뜸부기가  뜸뜸하며 울던 저녁
아부지 빈술병을 씻어 자줏빛 과꽃 한 송이 꽃아놓고 
빨갛게 숙이고 다니던 때가 꼭, 이맘때였었는데 
법랑 그릇 몇 개 얹은 서랍장을 싣고 달달거리던 용달차 
따라가고 싶던 때가 꼭, 이맘때였었는데 
ㅡ 무슨일이 있던 너는 인자 그 집 귀신인겨!
호령 같은 아부지 일갈에 시집 가는 누나를 영영 못 보는 줄 알고는
엄살가슴에 부항단지 올려놓고 한 사날 잘 놀았는데
누나야 또 시집가나
지금도 그때처럼 무논에선 뜸부기 울고 
능소화 밑에는 빨간 과꽃이 한창이야  
누나야 지금도 그때처럼
달팽이의 빈집이라도 가슴에 얹고 부항놀이 해 볼게
산 귀신으로 돌아왔어도 아부지는 없었잖아
서랍장 놓고 돌아왔어도 아부지는 없었잖아...
누나야,  또 시집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