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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빗물 환하여 나 괜찮습니다 / 詩 김선우 (1970~)
전문MC 이재영
2007. 9. 12. 15:36
사랑의 빗물 환하여 나 괜찮습니다
詩 김선우
그대 만나러 가는 길에 어여쁜 풀여치 있어 풀여치와 놀았습니다 분홍빛 몽돌 어여뻐 몽돌과 놀았습니다 잘디잔 보랏빛 총총한 꽃마리 어여뻐 사랑한다 말했습니다 그대 만나러 가는 길에 흰사슴이 마시고 숨결 흘려놓은 샘물 마셨습니다 샘물 달고 달아 낮별 뜨며 놀았습니다 새 뿔 곱게 올린 사향노루 너무 예뻐서 슬퍼진 내가 비파를 탔습니다 그대 만나러 가는 길에 잡아주고 싶은 새들의 가녀린 발목 종종거리며 뛰고 하늬바람을 채집하며 날갯짓하는 나비떼 외로워서 멍석을 펴고 함께 놀았습니다 껍질을 벗는 자작나무 진물 환한 상처가 뜨거워서 함께 가락을 놀았습니다 회화나무 명자나무와 놀고 해당화 패랭이꽃 도라지 작약과 놀고 꽃아그배나무 아래 낮달과 놀았습니다 달과 꽃을 숨구멍에서 흘러나온 빛 어여뻐 아주 잊듯이 한참을 놀았습니다 그대 잃은지 오래인 그대 만나러 가는 길 내가 만나 논 것들 모두 그대였습니다 고단함을 염려하는 그대 목소리 듣습니다 나, 괜찮습니다 그대여, 나 괜찮습니다
1970년 강원도 강릉 출생 강원대학교 국어교육과 졸업 1996년 ≪창작과비평≫ 등단 2004년 제49회 현대문학상 수상 (당선詩 : 피어라, 석유!) 현재 '시힘' 동인 시집『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도화 아래 잠들다』 산문집『물 밑에 달이 열릴 때』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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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그대’에게 가는 동안 그대가 뿌려둔 향기며,
그늘아래에서 그대를 기다렸습니다.
오래 기다렸습니다.
너무 오래 기다린 탓으로 때로 다른 꽃향기에 취해 정신을 잃기도 하고, 다른 꽃무리며, 나비떼와 노닐기도 했지만, 그대를 잊은 적은 없습니다. 사랑이 둘일 수는 없는 탓이겠지요.
사랑에 빠지면 모든 것이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같이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사물들이 이전과는 다른 의미로 해석되어집니다. 사랑의 힘이자 사랑의 마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기다림과 그리움이라는 사랑의 본질을 꽃말을 읇듯 맛깔스럽게, 사랑의 본령처럼 아름답게, 봄꽃같은 화사한 언어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양현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