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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 사격장에서 쏜 것은 / 詩 윤성학 (1971~)

전문MC 이재영 2007. 8. 27. 11:42


클레이 사격장에서 쏜 것은



                                    詩 윤성학

 



예상은 하고 있지만
언제나 갑자기 날아든다
쏘아 떨어뜨려야 할 것들은

목표물은 한 순간도
같은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비어 있는 하늘을 가로질러
빠르게 날아간다
허공에 걸린 표적을 향해
총을 겨눈다

내가 쏘는 것은
마른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는
비행체가 아니라
빈 허공이다
그가 아직 도착하지 않은,
몇 백분의 일초 후
그곳에 도착할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허공의 한 점
불안과 희망이 만나는,

무한한 공간과 찰나의 시간이 만나는
그곳으로
총알을 마중 보내는 것이다






1971년 서울 출생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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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우리를 겨냥한 것들은 언제나
예각으로 날아든다.
신문지상을 장식하는 간밤의 소식들이 그렇고,
늘 예상과는 어긋나는 우울한 경제면의
헤드라인이 그렇다.
세상을 향한 기대는 늘 불안한 허공을
향해 있고, 내일에 대한 우리들의 소박한
희망도 그 불안한 허공을 향해 쏘아대는
트랩사격에 다름 아닌 것이다.
어쩌면 공간과 시간이 만나는 그 찰나를 위하여
우리 자신을 마구 쏘아대며 낭비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양현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