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MC 이재영
2007. 8. 6. 12:26
먼 훗날
詩 윤의섭
밤바다 서늘한 바람 쏘이고 딸애 기침이 도졌다 남십자성 점멸하는 별빛 사이로 돋는 밭은기침 자신을 병들게 한 오늘을 커서도 잊지 않을 수 있을까 딸애가 기억하지 못하는 시대에 나는 살고 있다 그러니 깊어가는 病歷 최후의 난에 나는 이렇게 기록해야 한다 오늘까지 살았다는 흔적 없음 그리하여 언젠가의 나는 막 깨어난 듯 꿈결을 더듬어 다시 이 혹성에 찾아와 남십자성 점멸하는 별빛 사이로 나타났다 사라지곤 하는 쓸쓸한 가족을 떠올려야 한다 바다를 바라보며 다 같이 빠져 죽자고 되뇌던 서툰 웃음이 어디로 가버렸는지에 대해 이 늙은 혹성이 어떻게 사라졌는가에 대해 해안에 뒹구는 자갈들은 얼마나 먼 데서 흘러든 혹성인가에 대해 떠올려야 한다 그때 나는 이미 먼 훗날을 기억해낸 거라고 말해야 한다 딸애 기침 소리에 퍼뜩 떠오르는 먼 후생을
1968년 경기 시흥 출생 아주대 국문과 졸업(국문학 박사) 1994년 『문학과사회』 여름호에「외삼촌」 등으로 등단 시집 『말괄량이 삐삐의 죽음』,『천국의 난민』, 『붉은 달은 미친 듯이 궤도를 돈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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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날마다 깊어지는 속병으로 아프다. 어느 먼 훗날, 흔적없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지구의 미래를 생각하는 것 또한 슬픈 일이다. 우리는 우리들의 아들과 딸들에게 무엇을 물려줄 수 있을 것인가. 늙은 혹성의 슬픈 역사인가, 아니면 부질없는 욕심과 모순투성이의 흔적인가 어린 딸애의 밭은 기침 사이로 먼 혹성에서 달려온 별빛만 말똥말똥하다.
[양현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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