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MC 이재영
2007. 7. 20. 11:46
씨팔!
詩 배한봉
수업 시간 담임선생님의 숙제 질문에 병채는 <씨팔!>이라고 대답했다 하네 아이들은 책상을 두드리며 웃었으나 <씨팔! 확실한 기라예!> 병채는 다시 한 번 씩씩하게 답했다 하네 처녀인 담임선생님은 순간 몹시 당황했겠지 어제 초등학교 1학년 병채의 숙제는 봉숭아 씨앗을 살펴보고 씨앗수를 알아 가는 것 착실하게 자연공부를 하고 공책에 <씨8>이라 적어간 답을 녀석은 자랑스럽게 큰 소리로 말한 것뿐이라 하네 세상의 질문에 나는 언제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답을 외쳐본 적 있나 울퉁불퉁 비포장도로 같은 삶이 나를 보고 씨팔! 씨팔! 지나가네
경남 함안 출생 1998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흑조(黑鳥)》(1998), 《우포늪 왁새》(2002) 출간 계간 <시와 생명> 편집위원 웹진 <詩鄕>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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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발음이 주는 의미 때문에 얼굴이 벌개졌을 처녀 담임 선생님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리고, 눈치보지 않고 씨팔을 외칠 수 있는 소년의 순진무구함이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순수한 마음처럼 당당한 것도 없을테지요 세상의 질문앞에 주눅이 들고, 사소한 일상앞에 쩔쩔매고 있는 우리들의 사는 모습에 대하여 잠시 생각해 봅니다.
[양현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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