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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 / 詩 이가림 (1943~)

전문MC 이재영 2007. 7. 16. 10:57



석류



                  詩 이가림



언제부터
이 잉걸불 같은 그리움이
텅 빈 가슴 속에 이글거리기 시작했을까

지난 여름 내내 앓던 몸살
더 이상 견딜 수 없구나
영혼의 가마솥에 들끓던 사랑의 힘
캄캄한 골방 안에
가둘 수 없구나

나 혼자 부둥켜안고
뒹굴고 또 뒹굴어도
자꾸만 익어가는 어둠을
이젠 알알이 쏟아놓아야 하리

무한히 새파란 심연의 하늘이 두려워
나는 땅을 향해 고개 숙인다
온몸을 휩싸고 도는
어지러운 충만 이기지 못해
나 스스로 껍질을 부순다

아아, 사랑하는 이여
지구가 쪼개지는 소리보다
더 아프게
내가 깨뜨리는 이 홍보석의 슬픔을
그대의 뜰에
받아주소서.




1943년 만주 출생
19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빙하기』,『유리창에 이마를 대고』,『순간의 거울』등
정지용문학상, 편운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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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그대가 내 가슴에 들어온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그리하여 뜨겁다 못해 검붉은 그리움으로
익어간 것은 또 언제였을까


잉걸불로 타오르는 그리움이 있었기에
한 여름의 땡볕더위도 참아낼 수 있었으리라
그 기다림의 시간이 있었기에
홍보석, 그 영롱한 빛으로 충만할 수 있었으리라


‘영혼의 가마솥에 들끓던 사랑’ 차마 가두지 못해
내 검붉은 사랑의 밀어를 이제 그대 앞에
가슴 부끄럽도록 쏟아내나니
숯불처럼 이글거리는 내 마음을
받아주소서  

 

[양현근]